독서리뷰

[2019년 독서후기 공모전 우수상(지역민 부문)] 당신이 주는 안정감
  • 작성일2020/01/29 10:15
  • 조회 284
2019년 독서후기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차수민 님의 독서후기 '당신이 주는 안정감'입니다.


당신이 주는 안정감

“여보, 나 승우·연우 엄마 하기 싫어.”
부인, 엄마, 며느리, 딸 말고 진짜 내가 되고 싶었다. 지금의 내가 너무 힘들고 지쳐있었나보다. 그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엄마라는 이름이 나에게 지침으로 다가오는 그런 날이었다.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 사람이 남편이었다. 승우·연우의 아빠니까 지금의 내 감정을 알아줬으면 했다. 내가 이말을 하지 않으면 답답한 체증이 가실 것 같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엄마의 역할을 하기에 꽤 많이 지쳐있었나보다. 남편과 싸움을 하고 싶어서 꺼낸 말은 아니었다. 그냥 그 순간의 내 감정에 충실했다. 이 말을 던져 놓고 나서 순간 긴장을 했다. 내가 너무 막 나가버렸나?

그런데
“그래, 그럼 차수민만 해!”
남편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 말에 동의를 해줬다. 내 옆에서 나를 가장 많이 지켜본 그 사람이 나에게 해준 적극적 지지였다. 그 지지를 받으니 내가 했던 투정이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버렸다. 순간 내 감정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 남편에게 이 말을 했던 것일까?

정혜신이 말한 심리적 CPR이 이거구나! 남편이 내 존재를 주목해 주면서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이 생겼다. 그리고 다시 엄마의 역할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적인 공감으로 나의 힘듦이 회복되는 순간이었다. 나의 마음을 움직여준 남편, 그래서 나는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들의 기준에 맞춰서 살아가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부모님, 선생님의 기준에 맞춰서 공부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과 시댁의 기준에 맞춰서 아이들의 선생님, 학부모들의 기준에 나를 맞춰가면서 살았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으며 상처 투성이인 나를 자책하고, 나는 항상 부족한 것이 아닌지 나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변화에도 당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준 남편의 대답에 힘을 얻었다. 정혜신이 말하기를 살면서 하는 행동은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나의 마음은 언제나 옳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 이라고 했다. 그럼 나의 마음은 옳다.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에게는 절대적 공감자가 있으니 말이다.

공감은 한 존재가 또 다른 한 존재를 비로소 만나는 순간을 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감을 경험한 후 경험 이 자체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집중하는 것은 심리적 참전이다. 나는 진짜로 마법같은 순간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나는 과연 남편에게 남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며 안정감을 주는 존재인가 돌아보게 되었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그래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남편에게 꽃다발 같은 웃음으로 물어볼 마음의 여유는 생겼다.

“오늘 괜찮아? 지금 마음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