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2019년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재학생 부문)] 그 분의 눈물
  • 작성일2020/01/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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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서후기 공모전 장려상(재학생 부문)을 수상한 하종훈 님의 독서후기 '그 분의 눈물'입니다.


그 분의 눈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저의 어린 시절에 그 분이 소리 없이 흘리셨던 눈물은 그저 ‘당신이 옳다’라는 말이 듣고 싶으셨다는 것을요.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이 그려져 있는 책 표지를 보면서 그러한 생각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향기를 가지고 있는 꽃의 모습은 마치,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우리들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들은 각자의 개성을 따라 고유한 그들만의 아름다운 향을 풍기면서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혹은 사회라는 시스템 속에서 그 향기를 잃어버리곤 그 사실을 자신도 모른 채 ‘나’라는 꽃이 천천히 시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먼저‘정혜신’작가는‘적정 심리학’에 대해서 나와 내 옆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소박한 심리학 그리고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서 나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를 그저 나의 존재로써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저는 제 주변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혹은 나의 공감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그 사람은 바로 저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가장 어려운 사람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직업은‘건설 중장비 노동자’입니다. 아버지는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10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고된 노동을 거의 매일 수십 년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유일한‘낙’은 퇴근을 하신 후에 집에서 저녁을 드시고 맥주를 마시며 TV드라마를 보는 것 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했던 저는 그런 아버지의 옆에서 함께 TV를 보는 것이 마냥 즐거웠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항상‘외로움’이 많으셨던 분입니다. 그 이유는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두 분께서는 자주 다툼을 하셨는데 그 원인은 항상‘돈’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직업이‘주부’였기 때문에 아버지가 벌어들이는 수입에만 저희 온 가족이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 저희 가정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한 반복되는 다툼과 상황은 저희 아버지를 결국 ‘알콜 중독자’로 만들었습니다. 매일을 술에만 의존하셨습니다. 그리고 술에 많이 취하실 때면 어머니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저와 동생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그때의 저희는 그저 한 시라도 빨리 아침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가 정말 싫었습니다. 저의 모든 가난과 불행의 원인은 전부 아버지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여기면서 탓했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저는 부모님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학생이 되어갔고, 결국 그렇게 중학교 시절의 저는 나쁜 행동을 일삼아 하는 반항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한 겨울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집에서 쉬고 있던 저에게 어머니는‘너희 아버지가 많이 취해서 집을 못 찾아오는 것 같으니 네가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좀 모시고 와라’라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를 데리러 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에서 만취한 상태로 계단에 홀로 앉아계시는 아버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두 어깨는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희 아버지는 아무도 모르게 그저 자신의 슬픔을 홀로 삼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온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자신이 눈물을 보이는 것이 창피하듯이 재빠르게 눈물을 훔치시고는 저에게 이야기 하셨습니다. ‘종훈아, 아빠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았는데 왜 엄마랑 너랑 동생은 이런 나를 몰라주고 싫어하는 거니, 아빠도 사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구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술기운을 빌려 그때만큼은 저에게 모든 진심을 이야기하셨고,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 저의 가슴 한편은 너무도 무겁기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저는 그런 아버지의 차가운 손을 잡아드렸고, 그 날 따라 굳은살이 가득한 아버지의 손의 온기는 더욱 차갑기만 하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때 저희 아버지가 저에게 가장 듣고 싶어 했을 말은 바로 그저‘당신이 옳다’는 것을요. 그리고 반성했습니다. 가장이라는 사회적인 역할과 그 책임감으로 인하여,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로 술에만 의존하는 삶을 택한 것이 아버지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닌 어쩌면 아버지를 제외한 저희 가족모두가 아버지를 그러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요. 그때 나라도 철이 빨리 들어서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감정과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공감했더라면, 그때 조금만 더 내가 아버지를 위해서 단 한 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했더라면 그때 아버지가 저에게 흘리셨던 눈물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3년 전 건설현장에서의 사고로 인하여 청각장애인이 되신 저희 아버지, 이제는 저의 목소리를 희미하게나마 듣게 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께 나중에 좋은 보청기를 사드리고, 그때는 아버지께‘아버지 정말 감사하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거친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그 반면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며 이 세상에서 나는 없어져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을 하기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책이 현재 우리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치유제’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누군가가 직업, 학력, 외모와 같은 잣대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 온전히 그 사람의 내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 우리사회에 가장 요구되는 기본소양이 아닐까요. 끝으로, 만약 제 주변에 홀로 힘겨워 사람이 있다면 저는 이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괜찮아요, 당신이 옳습니다.’라고 말이죠.